‘난중일기’에 거북선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임진년(1592) 2월 9일, 거북선에서 쓸 돛 베 29필을 받았다는 기록이다. 이어 3월 27일에는 거북선에서 대포 쏘는 것을 시험했고, 4월 12일에는 지자(地字)·현자(玄字) 총통을 쏘았다는 기록이 있다. 세 번째 4월 12일은 임진왜란 발발 이틀 전이었다. 충무공 이순신은 일찍이 왜적의 침입이 있을 것을 염려해 거북선을 만들었다는 것을 ‘임진장초’ 임진년(1592) ‘당포파왜병장(唐浦破倭兵狀)’에서 직접 언급했는데, 그 마지막 완성 과정이 바로 앞의 기록들이다.

그가 밝힌 거북선의 요체는 “앞에 용머리를 붙여 그 입으로 대포를 쏘고, 등에는 쇠못을 꽂았으며, 안에서는 능히 밖을 볼 수 있어도,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게 해 비록 적선 수백 척 속에라도 쉽게 돌입해 포를 쏘게 되어 있으므로 이번 출전 때에 돌격장이 그것을 타고 나왔습니다”라는 기록에서 살펴볼 수 있다. 바로 이 언급 중에 돌격장이 탔다는 것과 적진 안으로 돌입한다는 것을 통해 거북선 역할이 적진에 돌입해서 적의 진형을 흐트러뜨렸다는 것과 나아가 적의 지휘선을 공격 목표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실은 실제 해전 상황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거북선이 참전한 첫 해전인 사천해전에서 충무공 이순신은 먼저 거북선을 적선이 있는 곳으로 돌진케 해 천·지·현·황 등 각종 총통을 쏘도록 하면서 기선을 잡았고, 승전을 이끌었다.


두 번째 해전인 6월 2일 당포해전에서도 거북선은 지휘선인 층루선(層樓船) 밑으로 들어가 용의 입으로 현자 철환을 쏘면서 그 배를 쳐부수었다. 또 여러 전선과 협력해 적장을 사살하고, 목을 베는 전과를 거두면서 승리했다. 세 번째 해전인 당항포에서도 먼저 거북선이 천자·지자 총통을 쏘아 적의 대선을 꿰뚫게 하고, 여러 전선은 서로 번갈아 드나들며 총통·화살·철환 등을 쏘아 적선을 격파했다고 한다.

이러한 활약은 제3차, 4차 출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북선을 돌입시켜 적의 진형을 흐트러뜨리고, 적의 대장선을 공격해 승기를 잡는 형태의 전술은 조선 수군의 전형적인 전술이었다. 그리고 이 해전 전술은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첫해 4차례 출전과 10회의 해전에서 조선 수군은 300여 척의 적선을 격파하면서 단 한 척의 손실도 없는 세계 해전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이로 인해 임진왜란 전체 전국(戰局)의 전환을 이끌었음도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한산’에서도 거북선의 활약은 통쾌한 승리의 상징물로 그려졌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한산대첩 당시에는 좌수영(본영) 거북선과 방답 거북선 두 척만 참전했고, 순천 거북선은 건조 전이거나 건조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거북선 크기도 다른 전선보다 크게 그려졌다. 극 중의 전선이나 거북선의 스피드, 포탄 폭발력도 보기에는 좋았지만 모두 허구에 가깝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가장 작은 판옥선에 뚜껑(蓋板·개판)을 덮은 것이 거북선이었고, 발사체는 2m 내외의 대형 나무 화살 또는 둥근 대철환(大鐵丸)이었다. 용머리 구조를 가지고 고민했다는 장면도 감독이나 극작가가 만든 상상의 결과물이지, 역사적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거북선이 이러한 돌입과 적 지휘선 공격을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적선과의 거리가 가깝거나 혹은 접촉했을 가능성도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판옥선이나 거북선을 상대적으로 노를 젓는 곁꾼(格軍·사공 일을 돕는 수부(水夫)의 하나)이 노출되지 않는 안전한 구조로 만들었지만, 한산대첩 승리 후에 작성된 ‘견내량파왜병장(見乃梁破倭兵狀)’에 첨부된 사상자(死傷者) 명단을 보면 거북선 승선자 피해가 일반 판옥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컸음을 알 수 있다. 거북선 승선자 피해는 근거리에서 일본 수군의 반격을 받으면서 총구멍 등 틈새로 날아든 탄환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거북선은 임진왜란 이후 17~18세기 조선 후기 수군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임진왜란 극복의 한 동력이었던 수군, 그 수군의 주력 군선 중 하나가 거북선이었기 때문이다. 18세기 중엽 자료인 『속대전(續大典)』이나 『여지도서(輿地圖書)』에 의하면 거북선 13~24척이 있었고, 19세기 전반기 자료인 ‘선안(船案)’에도 거북선 18척과 해골선 2척이 보인다. 즉 거북선은 조선 후기에도 변함없이 조선 수군의 주력 군선의 하나로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6세기 말 세계 해전 사상 유례가 없는 승리를 가능케 했던 신형 함정, ‘거북선’은 19세기에 이르기까지 크기가 커져 너무 무겁고 부리기 힘든 군선으로 퇴락하고 말았다. 21세기 대한민국 해군은 함정과 무기체계에서 세계 열강에 뒤떨어지지 않는 전력을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6세기 일본 수군을 압도했던 거북선과 같은 첨단 함정 무기 개발이 21세기 현재에도 다시 한 번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1: 임진왜란 발발 직전 충무공 이순신이 거북선을 창제했던 전라 좌수영을 1930년대 초 촬영한 모습. 빨간색 테두리 안에 있는 진남관(국보 제304호)은 당시 조선 수군의 중심 기지로 사용됐다.

사진 2: '당포파왜병장’.

사진 3: 해사 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현자 총통.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 용두에서 발사됐을 뿐만 아니라 각종 해전에서 널리 쓰였다.

사진4: 이민웅 대구가톨릭대 이순신학과장